2025

벽과 벽과 바닥과 바닥과 풀과 풀





25
06






Marking
2025
합판, 아사천에 유채
35.5x46.6cm / 35.5x14.6cm / 31x37.5cm
벽과 벽과 풀과 풀
Wall after Wall after Blade after Blade
2025
Oil on linen
200x290cm









박지원으로부터 이지연에게

방을 경유하다 방이 되기

몸은 하나의 작동하는 덩어리지만, 내부와 외부를 가지고 있으며, 그 둘을 잇는 통로를 가진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지연이 자면서 자신도 모르게 벌린 입 사이로 먹어버린 벌레의 개수를 걱정한 것처럼 말이다. 몸은 받아들이고 배출하고 움직임을 계속하는 공간이다. 그런 지연은 현실의 자신의 몸을 부풀려 방으로서 호흡하고 외부를 받아들인다. 몸은 어떤 지점에서 방과 유사한 듯하다. 방은 보통은 건물에 포함되는 물리적인 덩어리로서도 존재하지만, 문과 창문으로 넘나듦이 가능한 공간이다. 방은 비어 있지만, 그곳에 채워진 가구나 사물들은 그 빈 공간을 다시 점유하고 수직과 수평의 바닥과 벽, 천장에서 돌출한다. 물론 이런 전형적인 방의 성격에 대한 묘사가 감각이 지연이 구사하는 방의 말보단 막연할 것임에도 말이다.

지연에게는 방이 너무나 중요하다. 방에는 카페트와 창문이 있었고, 있으며, 있을 것이다. 카페트에 문지르는 피부의 감촉이 있고, 바뀌는 시간은 창문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아주 납작한 네모로 다가온다. 사실 이런 순간은 어느 순간에 생생했지만, 지금은 지연에게 어느덧 관념으로 응고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방이 과거에 있었던 것처럼 지금도 있을 수 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즉, 방은 동시간적인 감각에서 벗어나 관념에 도달했기 때문에 지연은 방이라는 관념을 어떠한 인형탈처럼 쓰고 둔갑한 채로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Continuum>은 연속된 캔버스들의 가변적 배열 상태로 보인다. 들판처럼 보이는 초록색 물감 덩어리들이 분열하고 다시 접합하고 뭉치고 풀어진다. 이것에서 보이는 것은 지연이 몸으로서 카페트를 뒹굴던 촉감이 아니다. 지연의 그림에서 나는 질감, 감촉, 순간을 보기 보다는 궤적을 쫓는다. 지연의 몸이 방으로 부풀려졌기 때문일까. 궤적은 시간과 변화, 그래서 과거와 지금의 같을 수 없음을 탄식한다. 방은 사람이 아니라서 자신이 느낀 감촉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서일까. 몸이 움직인 자리, 카페트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창문 밖의 시간의 흐르고 색은 어두워지고.. 마침내 다시 동이 튼다. <Marking>은 그러나, 그리고 동시에 같고 다르다. 선이 보이고 면이 보이지만 여기서 그 요소들의 역할은 궤적을 만들기 보다는, 분할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어딘가 더 단단하면서도 그럼에도 방을 조각낸 것이라기 보다는, 방이 뱉어낸 말들 같기도 하다. 너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 방 바닥은 먼지가 쌓였고 나의 구조는 이렇기도 저렇기도 해,어떤 모서리는 둥글고 어떤 모서리는 날카로워. (‘나’는 방이니까)

나는 초록이 들판의 색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연이 아주 좋아하는 색이라는 점을 떠올린다. 이 둘이 아주 다른 것 기도 하지만, 몸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혹은 역으로 응시하는 방식을 확장해서 몸이 방 자체가 되었다고 하면 어딘가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지연은 초록색을 좋아하고 지연은 방이 되고 그러니까 방은 초록색을 좋아하고 그러니까 카페트도 개구리 인형은 초록색이고, 초록색을 좋아하는 방은 초록의 공간을 자꾸 떠올린다. 하다못해 세상을 초록의 눈으로 볼 때도 있다.


(0.10) 풀과 풀    
(0.10) Blade after blade 
2025
Oil on canvas
55x25cm
(0.20) 필드-스크린     
(0.20) Field-Screen
2025
Oil on canvas
55x55cm
거울 Mirror, 2025, Oil on wood, 4x3.3x1.5cm
(0.50) 개구리의 입    (0.50) The frog’s mouth, 2025, Oil on canvas, 55x15cm
(0.60) 개구리의 집     (0.55) The frog’s home, 2025, Oil on canvas, 55x15cm
(0.60) Till Dawn
2025
Oil on canvas
55x25cm
(0.70) From Dusk
2025
Oil on canvas
55x25cm
(0.85) Meadow
2025
Oil on canvas
55x100cm
(1.00) Monkey bars
2025
Oil on canvas
55x20cm
잎과 잎
Leaf to Leaf
2025
Oil on canvas
55x25cm
(0.80) Set-up
2025
Oil on canvas
55x15cm
선택지    Options
2025
Oil on canvas
41x27.3cm
Stripe-Piping
2025
Oil on canvas
200x55cm
우물
Well
2025
Oil on canvas
22x22cm
A Strand
2024
Oil and gel medium on canvas
30x30cm
비문(飛蚊)
Floaters
2025
Oil on canvas
55x20cm
방과 방
Room after
2025
Oil on canvas
200x130cm
천과 천    Covers
2025
Oil on canvas
200x11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