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평평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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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나 해협의 모래밭에서 
건진 것들    
Debris from the Strait of Messina 
2025
Oil, gel medium, and molding paste on linen and unbleached cotton
210x550cm

평평한 세계

가로 5m, 세로 2m를 초과해서 높이와 길이 모두 신체의 스케일을 초과하는 큰 화면을 마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전체를 파악하려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화면에는 파도치는 방의 풍경에, 손바닥 크기로 조그맣게 숨은 인형과 찌꺼기들이 뒤섞여있다. 멀리서는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가까이 다가오기를 종용하는 물감의 찌꺼기, 붓질의 찌꺼기들, 빤히 쳐다보는 작은 인형의 얼굴을 화면에 새긴다. 물러나서 파악하는 전체에는 분명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포함되어있다. 큰 것을 작게 보려고 하는 마음은 회화 화면을 이미지-서사에 가두고, 결핍된 시야를 갖게한다. 큰 것은 크게 보고, 작은 것은 작게 본다. 스크린 위 손가락의 가벼운 움직임으로 줌-인 과 줌-아웃을 손쉽 게 그림에게 행해버리고 마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것 처럼, 시선 어쩌면 다리의 권력은 그림을 뒤덮어 버린다.

그려진 대상은 나에게서 그리고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의 망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화면 위 형상들을 가로지르는 세로 선들과 그 붓질의 잔여, 곳곳에 돌발하는 원숭이 인형은 다리에게 자연스레 부여된 주체성을 빼앗아 그림에게 돌려준다.
그것은 나와 너가, 나와 그림이, 붉은색 스트로크와 초록색 면과 작은 원숭이 가 모두 동일한 무게로 존재할 수 있는 평평한 세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방을 그려낸 화면은 그 안의 형상들과 나를 포함하는 하나의 세계이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포함하지는 못한 채 계속 다른 찌꺼기를 남기는 세계이다.